[기고] 중국발 스파이 풍선 목적은
어린 시절 고무풍선을 띄우며 즐겁게 놀던 일을 기억한다. 그런 풍선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스파이 풍선 때문이다. 미군은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인근 바다에서 미국을 가로질러 날아온 중국 스파이 풍선을 격추한 데 이어 12일 또다시 미시간주 휴런호 상공에서 ‘중국 풍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미사일로 격추했다. 또 10일에는 알래스카주를 가로지른 뒤 북극점으로 향하던 비행물체를 격추했고, 11일에는 캐나다의 유콘 상공에서도 캐나다 공군과 함께 비행물체를 격추했다. 벌써 4번째다. 12일 격추에는 F-16 전투기가 동원됐고, 앞서 4일, 10일, 11일 격추에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F-22 전투기가 동원됐다. 미 공군은 4건 모두 F-22와 F-16에 장착된 사이드와인더 미사일로 풍선을 격추했다. 중국의 친정부 네티즌들은 4일 미국의 최초 격추가 있은 뒤에, “싸구려 풍선을 떨어뜨리는데, 4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쐈다”며 조롱했다. 중국 정부도 미국이 기후관측 풍선 하나를 떨어뜨리려고 2억1600만 달러짜리 전투기(F-22)에서 40만 달러짜리 사이드와인더 A2A를 발사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최신 전투기가 출격한 이유는 풍선의 고도 때문이란다. 4일 격추된 중국 스파이 풍선은 6만5000 피트, 10일 알래스카 상공에서 격추된 비행물체는 4만 피트, 캐나다 유콘주에서 격추된 것도 4만 피트 이상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군은 5만 피트까지 상승할 수 있는 F-16 전투기가 출격해 격추했다. 그럼 왜 미 전투기는 기관포를 쏠 수 있는 고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까. 이 풍선의 크기는 25층 규모였다고 한다. 땅에 펼쳐 놓으면, 풋볼 경기장 5개를 덮을 수 있는 크기다. 4일 격추된 중국 스파이 풍선도 엇비슷한 크기로, 길이가 200피트였다. BBC 방송은 “공군이 기관포로 격추하려고 했지만, 이 기구에서 가스를 빼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풍선의 크기에 비해 기관 포탄의 작은 구멍들로는 풍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 감시정찰, 즉 탐색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얼마나 빨리 영공 침입을 인지하고 대응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이들 물체를 보냈다는 말이 있다”고 전한다. 공포의 적 ASBM(대함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미국의 가장 도발적인 방안은 바로 선제공격이라는 게 중론이다. 차세대 스텔스 DDG-1000 구축함이 이를 위해 투입된다는 얘기다. 만재배수량 1만4000t인 이 구축함은 스텔스 기술 덕분에 레이더에 나타나는 크기가 기존 구축함의 50분에 1에 지나지 않는다. 적국 해안까지 접근해 수백km 떨어진 내륙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DF-21D를 발사할 징후를 보이면 이 구축함이 중국 본토 해안까지 접근해 초음속 크루즈미사일로 선제공격하는 식의 작전이다. 이번 중국 정찰 풍선의 한반도 통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군 당국은 9일 “우리 영공을 통과한 중국 정찰 풍선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군이 중국 정찰 풍선을 놓쳤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말이 나왔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중국 스파이 스파이 풍선 시절 고무풍선 기후관측 풍선